이세돌 학력 파괴 '알파고 꺽은 인생판 포석'

이세돌 학력 파괴 '알파고 꺽은 인생판 포석'

 

이세돌 알파고 첫 승이 화제인 가운데, 이세돌 학력이 또 다시 회자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진학포기하고 정상급 기사 발돋움 고수들은 이세돌 기사 만의 일은 아니다.

#. 이세돌, 알파고 resign 부른 이세돌 학력 " 중퇴였다."

오늘 연일 화제가 된 것은 이세돌과 알파고, 그리고 “resign.”이었다.  알파고는 끝내 이세돌의 수를 깨지 못했다. 인간의 승리였다.

이세돌 9단은 13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4번째 대국에 돌입했다. 앞서 불계패했던 3번의 대국과 달리 4국은 이세돌의 우위로 흘러갔다. 신의 한 수 78수로 알파고의 허를 찌르더니 180수 불계 승리하며 감동을 줬다.

 

알파고는 “AlphaGo resign.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알파고가 물러났다. ‘W+기권’이 게임 정보에 추가됐다)”란 창을 띄우며 불계패했다. 그야말로 통쾌한 순간이었다.

 

이세돌은 4국 인터뷰에서 “한 판을 이기고 이렇게 축하받기는 처음”이라며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 없다. 남은 대국에서는 흑으로 이기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돌을 잘 버릴 줄 알아야 진정한 고수’라는 바둑 금언이 있다. 절묘한 ‘바꿔치기’로 흐름을 역전시키는 것도 고수의 수법이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게 천고의 진리지만 희생과 댓가 이상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각자의 재주다.

#. 이세돌 학력 파괴 " 인생판 포석, 성공했다."

바둑계에서 이세돌 3단(19), 목진석 6단(22), 최명훈 8단(27)에겐 공통점이 있다. 세계최강이라는 이창호 9단(27)의 동년배 또는 후배기사들 중 실력면에서 그에게 가장 근접해 있는 3명이라는 것. 또 하나, 단판승부인 ‘인생 바둑’에서 돌을 버리는 사석(捨石)작전을 펼쳐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사석작전이란 다름 아닌 진학 포기다. 이 3단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1학년 중퇴, 목 6단은 중학교 2학년 중퇴, 최 8단은 초졸(국졸)이다.

간판과 연줄의 위력이 아직 살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교우관계 등 학교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한국기원 소속 기사 180여명을 통틀어 의무교육 학력만을 가진 사례는 희귀하다.

드물게 문용직 4단(44) 같은 경우 기사생활을 하다 학업을 재개해 박사(정치학)학위를 따고 강단에 잠시 선 바 있으며, 역시 대졸학력의 정수현 9단(47)은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여류 남치형 초단(27)의 경우는 어떤가. 바둑 두다 말고 서울대(영문과)를 시험 쳐서 들어간 뒤 대학원을 마치고 유학까지 꿈꾸고 있다.

4인방을 보더라도 이창호 9단(충암고) 유창혁 9단(충암고) 서봉수 9단(배명고)은 고졸, 조훈현 9단은 중졸(일본 바둑유학시절)이다. 최소한 고졸에 최근엔 많은 젊은 기사들이 바둑 특기생 자격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등 향학열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중졸 마저 포기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졸업장이나 받는 ‘학력’(學歷)이라면 미련 없이 포기하고, 확실히 하나의 길에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승부수. 또한 장차 병역면제라는 실리도 진학과 ‘바꿔치기’할 가치가 충분했다.

똑 같은 프로지만 바둑의 경우 야구 축구 등 다른 프로 종목보다 성장사이클이 빠르다. 두뇌활동이 가장 왕뵉？10대초반에서 20대초반의 10년 사이에 대세가 결정된다.

고시합격 보다 어렵다는 입단 관문부터 정상급으로의 발돋움 여부가 판가름 나는 때가 바로 이 시기. 10대 후반까지 입단을 못하거나, 많이 봐줘야 25살 이전에 타이틀을 못 따면 바둑으로 대성하기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거나 다름없다.

여타 운동부원처럼 현재 중, 고생 프로기사들의 경우 학교에 ‘적’만 둔 채 바둑에 매달리더라도, 군대라는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과거 이창호의 동년배 기사로 이창호의 아성을 무너뜨릴 가능성을 높이 샀던 윤성현, 김승준, 김만수, 양건 등 유망신예들이 군대 공백 후 상승세가 크게 꺾인 바 있다. 국위선양의 공로에 따른 병역면제 혜택이 없었다면 ‘바둑국보’ 이창호 9단조차도 평범한 기사로 주저앉았을지 모를 일이다.

진학포기란 비장한 승부수가 주효했는지 이세돌 3단, 최명훈 8단, 목진석 6단의 성적은 보통의 기사보다 확실히 두드러진다.

이 3단은 17살이던 2000년 천원 배달왕 2관왕에 MVP, 2001년 LG배 세계기왕전 준우승, 올해 후지쓰배 세계대회 우승의 결실을 맺은 데 이어 현재 이창호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최 8단은 비록 모두 패퇴하긴 했지만 이창호 9단과 6번씩이나 도전기를 치른 유일한 기사로 기록돼 있고, 2000년엔 LG정유배에서 첫 타이틀(대 루이나이웨이 9단)을 따내기에 이르렀다.

목 6단은 2000년 이창호 9단과 KBS바둑왕전 결승 대결에서 이겨 우승한 바 있다. 아직 이창호 9단의 동료 후배기사 중 도전기나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이긴 예는 목 6단이 유일하다.

이들에게 과연 학교 생활에대한 미련은 없을까. 이들은 “학교나 학력컴플렉스는 전혀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나름대로 교양을 쌓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팔방미인’이란 별명의 목 6단은 독학으로 중국어 일본어 영어 회화 실력을 수준급으로 키웠고, 최 7단과 이 3단도 역사서적 등 폭넓은 독서로 지식욕구를 채우고 있다.

이들의 경우가 물론 ‘정답’은 아닐 것이다. 현재 바둑과 학업(바둑특기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 진학) 을 병행하고 있는 안달훈 4단은 “힘들지만 할 만하다. 욕심이 있는 후배라면 대학에 진학해 폭넓은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권하고 있다. 학업 포기든 병해이든 어린 나이에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프로기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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